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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review

하루의 취향 - 김민철

1 팔기 위해 사는 집이 아니었다. 살기 위해 사는 집이었다.

 

'내 친구는 베를린 시내에서 조금 떨어진 주거지에서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20년 넘게 살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아빠의 잦은 지점변경 때문에 이사를 자주한 나로써는 어렸을 때의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그 오래된 집이 너무나 특별하게 느껴진다. 특히 할머니의 오래된 인형들을 보면 그 작은 인형 하나하나에 깃든 추억들이 정말 소중해 보인다. 내가 만약 아이를 낳아 기르게 된다면 아주 어렸을 때부터 일년에 한 번씩 키를 재어 벽에 표시해두고 싶다. 그리고 그 아이가 다 컸을 때 그 벽을 같이 바라보며 아침을 먹고 싶다.'

 

2 한 영국 아주머니가 자신의 식탁을 소개하면서 삼각형으로  움푹 파인 곳을 자랑스럽게 보여줬다. 자신의 어머니가 평생 이 식탁에서 다림질을 했다고. 평생 이 자리에 뜨거운 다리미를 올렸기 때문에 이렇게 푹 파인 거라는 설명을 듣는 순간 나도 결심했다. 나도 그런 테이블을 가지겠다고.

 

3 그렇다. 이 집은 우리의 선언이었다. 과도한 대출을 받아서 비싼 동네에 비싼 집을 사고 그게 오를 거라 기대를 하며 하루하루 빚을 갚으며 지금의 행복을 유예하는 삶에 대한 거부.

 

한국 사회는 더더욱 지금의 행복을 유예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물론 그런 성향이 지금의 경제상황에 까지 이르게 했지만. 우리는 지금 행복하지 않다. 하지만 또 욜로족이 되고 싶은 건 아니다. 남에게 과시하며 진짜 내가 원하는 것은 뭔지 모르는 그런 삶은 지양한다. 나만의 취향이 가득 담긴 나만의 삶 속에서 행복하고 싶다.

 

4 우리 깜냥의 대출을 받아서 오를 거라는 기대도 없이 나중에 부자가 될 거라는 희망도 없이 지금 잘 꾸며놓고 지금 잘 살겠다는 선언. 누가 어떤 말을 하더라도 우리 둘이 괜찮으면 괜찮다는 우리 삶에 대한 선언.

 

5 "좋은 날도 있고 나쁜 날도 있지. 그러니까 말이야 좋은 날이 왔을 때 우리는, 그날을 최대한 길게 늘려야 해."

 

브리즈번에 있을 때 좋아하던 작은 공원이 있었다. 인적이 드물고 멋진 다리가 한 눈에 보이는 곳이라 기쁜 일이 있거나 슬픈 일이 있을 때마다 꼭 그 곳을 찾곤 했다. 축하할 일이 있을 땐 콜스(마트)에서 5불짜리 초코케익을 사서 초를 붙이고 15불짜리 와인과 함께 곁들였다. 그렇게 한 밤중의 피크닉을 즐기곤 했다. 아직도 가끔은 그 때가 참 그립다.

 

6 나를 배려하는 연습.

 

거절하는 것은 아직도 많이 어렵다. 나보다는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것이 항상 우선이었기 때문에. 오늘부터라도 조금씩 연습해보려고 한다. 하지만 나도 존중을 담아, "No, thanks." 거절하지만 고마워 라고.

 

7 아, 나는 이보다 더 극진한 사랑 고백을 알지 못한다.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 한 사람을 보며, 매일 같은 장난을 쌓으며, 늙었을 때 그 장난을 고백하는 장면까지 생각하는 사랑.

 

지금의 연인이 새로운 사람에 대한 끌림보다 더 소중한 건 그 동안의 추억들 때문이라고 한다. 새로운 사람과의 떨림은 언젠가는 또 무뎌지지만 이때까지 쌓아온 모든 기억들이 만들어내는 독특함은 어디에서도 얻을 수 없다.

 

8 한순간의 떨림은 사랑의 도입부라 인정하고, 같이 쌓는 시간에 더 많은 마음을 내주는 사랑. 둘만 알아듣는 농담 하나가 생길 때마다, 귀중한 보석 하나를 얻는 기분이 드는 사랑. 물론 완벽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늘은 사랑에 이런 구멍이 생기고, 내일은 또 다른 부분에 구멍이 생길 것이다. 어떤 날은 정말 이것이 사랑일까 의심도 들 것이다. 하지만 그 부분까지도 사랑이라면? 그 구멍이 우리 둘의 사랑에 독특함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라면?

 

9 아저씨는 커피를 주는 대신 인사를 가르친 것이다. 인사부터 하는 거야. 너는 지금 자판기 커피를 뽑는 게 아니잖아. 나는 사람이야. 너는 나의 커피를 마시고 싶은 거고. 그럼 인사부터 하는 거야. 영수증만 떡하니 내미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만난 거니까. 어려운 것도 아니잖아? 본 조르노.

 

이 부분이 참 인상깊었다. 그동안 쑥스럽고 바쁘다는 핑계로 따뜻한 인사 한 마디 나누지 못했던 내가 참 부끄러웠다. 앞으로는 잊지 않고 꼭 서툴러도 혹시나 상대가 못보더라도 어색한 공기를 내가 먼저 깨야겠다. 

 

10 "광고가 제 인생에 훌륭한 수단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직업에 대한 가치관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도 딱히 하고 싶어서 미치겠는 일은 없다. 그저 질리지 않고 계속 할 수 있으면서 내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해주는 직업을 갖고 싶다.

 

11 최근 프랑스 시골의 한 빵집이 벌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남들이 다 쉬는 휴일에도 쉬지 않고 문을 열었다는 것이 벌금의 이유였다. 휴일에도 쉬지 않고 일을 하다니! 그것은 불법이다!

 

내가 지금 지내고 있는 독일은 휴일이면 거의 모든 가게들이 문을 닫는다. 처음엔 조금 불편했지만 적응되고 나니 별거 아니였다. 휴일에 모두가 쉰다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고 행복한 일이다. 온가족이 모여 휴일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친구네 집의 오랜 전통인 일요일 3시 커피타임을 좋아한다. 한 상 가득 달달한 쿠키와 케이크 그리고 씁쓸한 커피와 차를 놓고 모여 근황토크를 하거나 카드게임을 즐긴다.

 

이 책을 읽는 중간중간 친구 생각이 나서 "00야, 이 작가는 이럴 때 이렇게 생각한대. 너는 어때?"이런 식으로 문자를 주고 받으며 조금 더 우리의 취향에 대해 대화할 수 있어 즐거웠습니다. 자신의 취향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할 기회를 주는 책, 추천합니다.